인도네시아와 중국이 남중국해 행동지침(Code of Conduct·COC)의 조속한 타결과 ASEAN 중심성 유지에 대한 공동 입장을 재확인했다. 양국은 동시에 군사교류와 해양안보, 사이버안보, 초국경범죄 대응 등 정치·안보·국방 분야의 협력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2026년 8월 21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제2차 인도네시아–중국 외교·국방장관 ‘2+2 대화’에서 나왔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수기오노 외교장관과 샤프리 샴수딘 국방장관이, 중국에서는 왕이 외교부장과 둥쥔 국방부장이 참석했다.
양국은 남중국해에서 당사국 행동선언(Declaration on the Conduct of Parties·DOC)의 완전한 이행을 지지하고 ASEAN–중국 협력 틀에서 COC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측은 이 과정에서 ASEAN 중심성(ASEAN Centrality)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수기오노 장관은 국제적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상호 존중과 이해에 기초한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며, 평화롭고 개방적이며 포용적인 지역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대화와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TNI–PLA 군사협력도 제도화
이번 2+2 회의에서는 남중국해 문제뿐 아니라 인도네시아군(TNI)과 중국 인민해방군(PLA) 간 군사협력 확대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ANTARA에 따르면 양측은 양국 국방장관 간 정례회의를 제도화하고 TNI와 PLA 사이의 교류 메커니즘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초국경범죄와 사이버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대응, 정보공유, 역량강화 협력을 확대한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회의 결과는 군사협력의 범위를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양국은 방산 장비·기술, 연합훈련 및 훈련교류, 군 인력양성, 해양안보 분야의 협력을 정례화·제도화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는 2025년 4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1차 2+2 회의에 이은 두 번째 회의다. 중국 측은 인도네시아와의 2+2가 중국이 외국과 구축한 첫 장관급 외교·국방 2+2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하고 있고,
이 대화체제는 2024년 11월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양국 정상회담에서 2+2 개최에 합의한 데서 출발했다. 당시 공동성명은 2+2를 양국의 고위급 전략소통과 정치·안보·국방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주요 플랫폼으로 규정했다
COC와 DOC는 무엇인가
DOC(행동선언)는 ASEAN과 중국이 2002년 채택한 정치적 선언으로, 분쟁 당사자들의 자제와 평화적 해결 등을 규정한다.
COC(행동지침)는 이를 보다 구체적인 규범으로 발전시켜 국가 간 충돌과 오판을 방지하기 위한 협상이다.
ASEAN과 중국의 공식 협력계획은 COC가 효과적이고 실질적이며 국제법, 특히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부합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주요 분석 내용
인도네시아, 2026년 COC 타결을 주요 역내 외교과제로 부각(클릭)
이번 회의에서 주목할 부분은 중국이 COC를 언급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인도네시아가 2026년
들어 COC의 연내 타결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번 2+2 회의에서 갑자기 등장한 입장이 아니다. 수기오노 외교장관은 지난 4월 23일
COC가 더 이상 지연돼서는 안 된다며 “올해 서명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어 7월 21일 ASEAN 외교장관회의에서는 한층 더 명확한 입장을 제시했다. 수기오노는 남중국해 해상규칙을 기다린 시간이 이미 24년에 이른다며 인도네시아가 올해 안에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COC를 타결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외교부도 이를 ASEAN의 역내 평화와
규칙 기반 질서를 판단하는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따라서 이번 8월 중국과의 2+2 회의에서 COC 협상 가속화를 다시 제기한 것은 ASEAN 내부 논의 → 공개적인 연내 타결 촉구 → 중국과의 고위급 양자협의로 이어지는 정책의 연속선상에서 볼 수 있다.
즉 인도네시아가 현재 COC를 주요 역내 외교과제 중 하나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판단에는 실제 정책적 근거가 있다.
중국과 협력을 확대하면서도 ASEAN 중심성을 동시에 강조(클릭)
이번 회의에는 인도네시아 외교의 또 다른 특징도 나타난다.
한편으로 인도네시아는 중국과 TNI–PLA 교류, 연합훈련, 군 인력양성, 장비·기술 및 해양안보
협력의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측 발표만 놓고 보면 양국의 국방협력 범위가 상당히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인도네시아는 남중국해 문제에서는 ASEAN–중국이라는 다자 틀과 ASEAN
중심성을 명확히 강조했다.
이는 프라보워 정부의 대중국 접근을 단순한 중국 편향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실제로 2025년 제1차 중국과의 2+2에서도 수기오노는 중국뿐 아니라 미국 역시 인도네시아
발전에 중요한 파트너이며 양국과의 관계를 균형 있고 건설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따라서 현재의 대중국 군사협력 확대는 인도네시아의 전통적인 ‘자유·능동(bebas dan aktif)’
외교와 전략적 자율성의 틀 안에서 해석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
인도네시아는 비(非)영유권 주장국이지만 남중국해 이해관계에서는 자유롭지 않다(클릭)
인도네시아는 공식적으로 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처럼 남중국해 섬이나 암초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국가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이 주장하는 광범위한 남중국해 해양권익과 북나투나해의 인도네시아 EEZ가
충돌하면서 실제 안보·경제적 이해관계는 존재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4년 10월 발생했다. 중국 해경선 CCG 5402가 북나투나해에서 인도네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Pertamina의 지진탐사 활동에 접근해 중국 관할 해역이라고 주장했고,
인도네시아 해양안보청(Bakamla)과 해군은 해당 중국 선박을 여러 차례 퇴거시켰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같은 해 11월 프라보워–시진핑 정상회담 이후 발생한 논란이다. 공동성명에
‘중첩된 주장 지역(overlapping claims)’에서의 공동개발이라는 표현이 포함되자, 중국의
해양주장을 인도네시아가 인정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별도의 공식 설명을 내고 중국의 이른바 ‘9단선’ 주장에는 국제법상
근거가 없으며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재확인했다. 또한 해당 협력이 북나투나해에서 인도네시아의 주권·주권적 권리·관할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인도네시아에 COC는 단순한 ASEAN 차원의 외교적 의제가 아니라 자국의 해양권익과
북나투나해 안정에 직접 연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2+2 제도화는 중·인니 안보관계의 질적 변화(클릭)
이번 회의에서는 COC 못지않게 2+2 메커니즘 자체의 발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 회의가 2025년 4월 개최된 데 이어 1년여 만에 제2차 회의가 자카르타에서 열렸고, 이번에는
국방장관 정례협의뿐 아니라 장비·기술, 연합훈련, 인력양성, 해양안보까지 협력의 제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중국이 이 대화체제를 자국 최초의 장관급 2+2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베이징 역시
인도네시아를 단순 경제 파트너를 넘어 정치·안보 분야의 주요 전략적 대화상대로 관리하려는
의도가 분명해지고 있다.
다만 이를 곧바로 군사적 정렬이나 동맹화로 평가할 근거는 없다. 오히려 앞으로 살펴봐야 할 것은 현재 합의된 연합훈련·방산기술·해양안보 협력이 실제로 어느 수준까지 제도화되는가이다.
COC의 ‘타결’보다 최종 내용이 더 중요(클릭)
마지막으로 COC 협상은 2002년 DOC 채택 이후 20년 이상 이어져 온 장기 협상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인도네시아가 연내 타결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고 ASEAN–중국 공식 문서도 조속한 합의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 중요한 것은 단순한 ‘타결 여부’가 아니다.
향후에는 특히 적용 해역의 범위, 법적 성격, UNCLOS와의 관계, 분쟁 발생 시 처리 절차, 실제 준수·집행 가능성 등을 확인해야 한다.
ASEAN의 현재 공식 표현 역시 단순한 조기 체결보다는 “국제법과 UNCLOS에 부합하는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COC”를 목표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인도네시아–중국의 합의는 COC 협상의 정치적 동력을 다시 확인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실질적인 협상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향후 구체적인 협상문안의 진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자료: ANTARA News, 인도네시아 외교부, 중국 외교부, ASEAN 공식자료 종합
사진출처 : ANTARANEWS

